양평 만남의 광장 기준
왕복 거리 : 375키로
왕복 소요시간 : 6시간
지난 11월 16일...
베테랑 캠퍼들과 하드코어 모토캠핑 모임이 주선되었다.
술 한잔 기울이며 장난스레 이야기 꺼냈던 야생 캠핑...
막상 야생으로 떠나게 되니 설레임은 극에 달했지만
걱정 또 한 만만치 않았다.
오전 10시...
1차 집결지는 양평 용머리 휴게소.
목적지로한 정선쪽엔 확실한 비와 눈이 예보되었다.
내심 불안하기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회원님 두분이 악천우로 인해 불참을 선언했다.
괜찮다. 애시당초 경험없는 그들에겐 무리였으니까...
제법 추운 날씨에 난로가에 붙어 따뜻한 음료를 홀짝거려본다.
난 언제나 커피 자국이 남아 있는 지도를 꺼내 볼때면 항상 흥분된다.
어디로든 마음먹은대로 떠날수 있는 자유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정된 스케줄과 달리 조금은 늦은 시간...
그래도 오랜만에 골수맴버들과 같이 한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안심되고 뿌듯했다. 우리는 최종목적지를 확인한 후
정선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용머리에서 한시간을 달렸을까?
네비게이션 문제로 점검도 할 겸 잠시 쉬어본다.
어느 작은 휴게소에서 내리자 휴게소의 젊은 사장님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초면이였음에도 꺼리낌 없었던 그의 살가운 붙침성은 그도 이미 소실적
라이더였음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마흔이 안되보였던 그는 서울에서 살다 2년 전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한다. 좋은 장작도 무료로 제공받고 귀한 인연을
접했다는 생각에 추운 날씨에도 마음만은 포근해 졌다.
자주 지나 다니는 코스인 만큼 종종 들려보리라 마음먹어본다.
길을 잘 못 들었다. 목적지에서 무려 40Km 이상을 더 지나처 왔다.
동명이인 마냥 주소를 잘못 찍은게 화근였다.
허나 태백까지 와버린 만큼 좋은 재래시장이 있다는 걸 알았기에
서둘러 장을보기 시작했다. 모토캠퍼들에겐 대형마트보다 재래시장이
더욱 매력있는 장소이다. 정말 필요한 양만큼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 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물씬 풍기는 사람냄새에서 묻어나오는 정은
장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히라 하지 않았던가...
이런 소소한 소재들 마저 우리들에겐 작은 추억이 되곤한다.
목적지 초입에 도착하였다.
진입로가 생각보다 험했다.
거기에 군데군데 얼음까지...
더구나 내 애마는 스쿠터...
그렇다고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
강렬한 태백산맥에 둘러 쌓인 이곳은 4시면 해가 지기 시작한다.
얼어죽지 않으려면 이곳을 뚫고 빠른 사이트를 구축해야만 했다.
이날 따라 GS들이 부러웠다.
그나마 다행인건 위로 올라 갈 수록 길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 한 것.
정말이지 큰 자갈길을 주파할땐 바이크의 차대가 반으로
분리 될 것만 같았다. 그래도 능숙한 라이더들인 만큼 별 문제 없이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낮 3시가 넘어가니 날이 어두워 지기 시작했다.
주변을 정리하고 서둘러 사이트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휴대폰도 안터지는 이곳은 말 그대로 오지 그 자체였다.
이번 모토캠핑은 야생체험인 만큼 랜턴과 침낭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직접
만들고 준비해야만 했다. 문명생활에 익숙한 그들에겐 굉장히 고단 할 수 밖에
없는 캠핑이였을 것이다.
이승윤님께서 미리 준비 해주신 비닐은 우리에게 그 어떤
텐트보다 훌륭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모든 일정은 베테랑 캠퍼 윤지용님의 지휘아래 일사불란하게
척척 이루어 졌다. 이번 모임은 그가 없이 진행 했더라면 적잖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회원님들의 분주한 손길에 비닐로 만든 막사의 구색이 갖추어저 간다.
제법 그럴싸한 모양이 나왔다. 볼품은 없어도 잠을 자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막사와 화로터...
모든 준비가 끝났다.
막사의 안쪽은 낙옆으로 바닥을 채우고 그 위에 돗자리를 깔았다.
냉기를 차단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깔아 놓은 낙옆들은
푹신하다 못해 온기를 전하는 듯한 느낌마저 선사하였다.
저녁 6시나 되었을까?
한치 앞도 분간 할 수 없는 어두움과 적막만이 우리와 함께 했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체온 유지와 음식을 해먹기 위해 불을 지핀다.
버너가 없이 행하는 모토캠핑인 만큼 큼직하게 만들어 놓은
화로터는 우리에겐 난로이자 주방이자 거실과도 같았다.
정말이지 비라도 내렸다면 끔찍했을 것만 같았다.
오늘의 저녁 요리는 장비를 갖추고 야영을 할때 보다 더욱
화려하고 맛있는 것들로만 준비가 되었다.
직화 고등어/야채구이/오리훈제/돼지고기 등...
부족함 속, 쉐프와 함께 지용님이 준비해 주신 저녁 밥상은
최후의 만찬보다도 더욱 값진 성찬인 듯 했다.
다른 때보다 힘들고 추워서 그런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고
마셔도 마셔도 취하질 않았다.
빛 하나 없는 오지에서 랜턴과 모닥불 하나에 의지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똘똘 뭉처 추억에 길이 남을 캠핑을 하고 있었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한잔, 그리고 한잔마다 피어 오르는 이야기 꽃...
갖가지의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
이 모든 것들은 낮에 고생했던 여독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속이 든든해지며 심적 안정을 되찾으니 사서 고생으로만 보였던
야생 비박도 제법 할만해 보였고 되려 텐트를 가지고 행하는 캠핑보다
유익하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로써 헝그리한 모토캠핑만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는건 아닌가 싶었다.
생전 처음 먹어 본 반합밥...
모닥불에 그을린 반합밥은 반찬이 없이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달고 고소했다. 특히 반합에 끓여낸 해물라면은 세상 그 어떤 음식의
맛과 비교 할 수 없는 맛을 자아냈다.
아직까지 세탁을 하지 못한 내 자켓엔...
이 모든 냄새들이 스며있다.
몽환과도 같았던 현장의 추억들을 비워 마음으로만
담아 두기엔 아직까진 모든 것들이 아깝고 애절하기만 하다.
썪어 버림받은 고목은 우리들에겐
꾀나 좋은 장작과 함께 소소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막사를 보강해 본다.
볼품없던 그라운드시트는 이 날 만큼은 훌륭한
냉기차단용 커튼으로 거듭났다.
남들이 보기엔 허접하고 허름해 보이는건 사실이지만
야생에서 이정도의 막사는 꾀나 수준 높은 비박텐트에 속한다.
막사 입구에선 커다란 모닥불이 춤을 추고 있다.
끝없이 화염을 내뿜는 고목은 막사 안으로 열기구 마냥 훈훈한
바람을 밀어 넣어줬다. 가끔은 연기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때문에 몇 몇 회원님들은 여름용 침낭 하나만으로 영하의
날씨를 거뜬히 이겨내고 잠을 청할수 있었다.
늦은 아침...
눈을 뜨니 모진 바람과 함께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전 날 많은 체력 소모로 현장에서 아침이라도 먹고 출발 하고 싶었지만
바이크 특성상 자칫 고립 될 수 있었기에 커피한잔으로 대신해 본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현장을 나서본다.
목적지에서 한 참을 달려 나갔음에도 아직까지 전화가 되질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눈까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내린 눈은 추운 날씨 탓에 도로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허나 이를 예측하고 시에선 미리 고갯길에 모래를 뿌려놓은 듯 했다.
모래라고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빙판보다야 몇 배는 낫다.
모처럼 드리운 햇살이 싱그럽기만 하다.
다른 때 보다 긴 시간을 보낸 것 만 같았던 이번 캠핑은
시내로 빠져 나오니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약간은 어색하기만 했다.
오전에 이른 출발로 먹지 못했던 식사는 소문난 맛집에 들어가
원 없이 먹어버렸다.
강원도에서 꾀나 유명한 맛집인 부림식당이다.
위에 메뉴는 한정식 정식으로 부족함 없는 차림을 자랑한다.
가격은 일인당 1만3천원.
배도 부르고 등도 따습다.
회원님들의 얼굴에선 말로 다 하지 못한
피곤함이 묻어 나오는 듯 했다.
그래도 복귀의 지루함 보단 재미난 라이딩의 기쁨이 더 크다.
식사 후 복귀 길...
태기산 정상은 이미 아름다운 눈꽃으로 하얗게 수를 놓은 상태였다.
다행이 도로는 얼지 않아 복귀길엔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갑자기 달리진 환경에 매년 봐왔던 길이였음에도 눈을 뒤집어 쓴
태기산은 마냥 신비롭고 애뜻했다.
바이크를 타고 언제 또 올수 있을지 모른다.
이번년도 마지막이란 생각에 연신 셔터를 눌러본다.
복귀 중 양평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에 로드를 보셨던 윤지용님은 원주 코스로 기수를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많이 돌아서 가는 길인만큼 그만큼 체력소모도 많았다.
제법 출출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간단히 요기 할 수 있는 맛집을 들려본다.
찐빵에 시린 손을 녹여가며 먹는 그 맛은 추운겨울
코흘릴쩍 먹었던 호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램반 걱정반이였던 이번 모토캠핑은 그 어느때 했던 모토캠핑보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힐링캠핑이였다. 예상치 못했던 전화불통과 식수 부족등
여러 악재가 겹쳤던 캠핑이였지만 다른 회원님들에게도 그만큼 좋은 추억이
되었으리라 밑는다. 이번 캠핑을 계기로 앞으로의 모임에선 많은 변화가 있을 듯 하다.
모토캠핑의 참맛을 본 회원님들의 개인 짐은 더욱 줄어들고 스케쥴은 간소화 될 것이다.
전에 했던 모토캠핑 처럼 편중된 스케쥴은 오감을 만족하기엔 부족했다.
이번 캠핑은 본인 스스로도 다시한번 일깨워 가는 소중한 경험이였다.
'모토캠핑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지체험 2013년 마지막 겨울캠핑 "금강에서" (0) | 2014.01.06 |
---|---|
11월의 마지막 모토캠핑. 안성 산울물 캠핑 후기 (0) | 2013.12.02 |
20131109 바이크캠핑 김장벙개 품앗이^^ (0) | 2013.11.19 |
우중 모토캠핑 국토정중앙을 향해 내달리다. 양구편 (4) | 2013.11.11 |
첫 서리를 맞으며 모토캠핑을 행하다. -양평 광탄리- (0) | 2013.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