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새해를 맞고 처음으로 모토캠핑을 다녀오게
되었다. 입춘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진 무척 추운
날의 연속이였기에 그나마 따뜻하다고 생각되었던
문경으로 향하게 되었다.
출발한 당일의 기온은 영상을 훨씬 웃돌긴 했지만
다음날은 영하 8도 까지 떨어진다는 예보에 나름
대로 철저하게 장비를 꾸려보긴 했지만, 역시나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게 모토캠핑의 맛이라 해도
모양새가 영 빠지는 건 어쩔수 없었나보다. 골드윙은
시트 모양이 역 아치 모양이다보니 짐들이 예쁘게
자리를 잡는 다는건 더욱 어려워 보였다.
수안보 초입쯤 다달었을 때 음용할 식수와
빈속을 달래줄 베지밀 하나로 솔캠의 심심함을
위로해 본다.
모토캠핑을 위해 도착한 문경 소야솔밭.
역시나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주말임에도
아무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무료 캠핑장의
성지란 말이 무색하기만했다.
뭐 아무튼 나에겐 더할나위 없이 잘된 일.
고독하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캠핑을
즐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잔뜩 챙겨온 장비
들을 바닥에 널부러뜨려 놓는다. 매번 볼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많은 짐들이 한편으론
어떻게 바이크에 다 실리는지 직접 행하면서도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오늘은 특별히 TP 텐트를 가져왔다.
겨울 철엔 모닥불을 놓기가 어렵고 또 한 여러
이유로 야외에서 취사가 힘들기 때문에 텐트
내에서 이 모든걸 행하려면 큼직한 TP텐트가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영상의 기온이었음에도 바닥은 녹녹치 않았다.
단 몇 번의 팩질에 두랄루민 팩의 머리가 부러져
버렸다. 구매해서 몇 번 쓰지도 못한건데...ㅠㅠ
잔디 밭이라고 팩이 쑨풍쑨풍 들어갈거라 생각한
내 잘못된 판단이었다.
하지만 늘 백업용으로 팩을 가지고 다닌다.
예전엔 동계용으로 단조팩을 사용하곤 했지만
부피와 무게가 워낙 많이 나가다 보니 자주
사용하진 못했다. 해서 결국 동계용 팩은 위
사진처럼 모두 티타늄 팩으로 대체를 하게되었다.
(반대로 여름엔 팩이 가늘어 힘을 못 받음)
설치가 끝난 나만의 사이트.
아직까진 바람이 하늘하늘하니 마치 봄이 찾아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해가 저물기 시작
하면 강한 바람이 불것을 대비해 만전을 기했다.
소박한 나만의 러브하우스?
해가 좋으니 오랜만에 태양광 충전기도 가동!!
솔직히 일박 투어에선 딱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사논건데 이렇게라도 애써 사용해보게 되었다.
모든 세팅이 끝나고 잠시 풍광을 즐긴다.
캠핑 자체도 오랜만이었지만, 가장 으뜸으로
처주는 잔디밭 위 캠 자체는 더더욱 오랜만이라
그런지 조금 추웠어도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토캠핑을 위해 필자의 수발이 되어주는
든든한 골드윙. 다만 캠핑에 있어 탁월한
선택은 되지 못한다.
텐트 안 난방을 책임질 코베아 파이어볼.
지난 밤 사용해보니 꾀 괜찮았다. 열량이나
운용 효율, 그리고 기능성까지... 다만 최고점
가까이 틀면 연소 소음이 발생한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 되겠다.
해가 저물어 가기 시작하자 골바람이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감성
만점의 모닥불 놀이는 포기를 해야하지 싶었다.
늘 깨끗하고 아름답게 관리가 되는 곳이라
욕심보단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을까?
점점 서늘해지는 탓에 체온을 미리 보온하고자
핫팩을 뜯어 흉부에 부착하였다. 체온은 한 번
떨어지면 야외에선 끌어 올리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에 반드시 미리 유지 보온을 시켜줘야만 의미가
있다. 남자라면 흉부(X꼭지) 양 측, 심장 부위에
붙여주면 효율이 가장 좋다.
하염없이 바닥으로 온도가 곤두박질 친다.
모든 집기류를 안으로 들이고 늦은 식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가스버너가 식사는 물론이고
난방까지.... 연료를 많이 챙겨오길 잘했다.
밥을 준비하는 동안 나만의 보금자리에서
밖을 내다본다. 뭔가 알수 없는 안락함에
감정이 울컥 올라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헝그리 정신? 부족함 없던 생활패턴에서의
이질감을 오늘에서야 만회하는 것 같았다.
비록 짧지만 말이다.
야외에 나와야만 맛볼수 있는 잡곡 삼계탕.
집에선 치킨 조차 거의 먹지 않기에, 이 시간만이
유일한 단백질 보충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완벽히 넘어간 태양의 그늘은 여지 없이
텐트 안 까지 스며들었다. 어찌나 춥던지...
그래도 충분히 챙겨온 연료덕에 아낌없이
난방을 가동하였다.
점점 강해졌던 바람 탓에 결국 바이크를 텐트
옆에 세워 두기까지 했다. 텐트 내부에서 난방을
하고 있어기 때문에 만약 강풍에 의해 텐트가
무너지면 순식간에 불이 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소한 간식거리로 챙겨온 고구마를 화롯불에
올려 익혀낸다. 숯이 오르자 텐트 내부도 훈훈하니
달달한 고구마 냄새와 뒤엉켜 풍미 가득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작지만 하나를 먹어도 제대로 먹는듯한
기분에 마음마저 뿌듯했다.
부른 배를 바닥에 굴리며 모토캠핑 단톡방에
생존 신고를 올린다. 하지만 딱히 사람들이 부러워
하진 않는 것 같았다. 아마 사진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기엔 아직 까지 날이 춥기 때문이지 싶다.
이제야 늦은 저녁을 올린다.
직접 씻어온 잡곡을 코펠아 담아 밥을 지어낸다.
언제부터인지 햇반은 간편하긴 해도 음식의 풍미를
느낄 수 없었던것 같다. 설익어도, 푸석푸석해도 역시
밥은 즉석에서 지어 밖에서 먹는 쌀밥이 최고지 싶다.
고구마를 익혀내고 남은 숯에 고기를 구웠다.
소박한 미니 화로는 혼자 먹기 딱 좋게 찬거리를
만들어내는 요술사 같았다. 불맛이 더해져서 그런지
익혀온 소시지도 이 녀석을 통하고 나면 전혀 다른
식군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았다.
한기를 이기기 위해 여지 없이 라면도 같이 담았다.
역시 모토캠핑에서 먹는 라면 만큼 맛 좋은 것도
없지 싶다. 집에선 딱히 잘 먹지 않는 음식인데
밖에만 나오면 조리의 간편함을 떠나 없어선 안될
주식이지 싶다.
다음날은 많은 눈예보 소식에 일찍 짐을 꾸려 복귀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지 없이 빗나간 기상 예보에 조금 더
즐길 수 있었던 내 귀한 시간을 잃기만 했다.ㅠㅠ
그나저나 이번 설은 전혀 여행계획을 세우지 못했으니
발만 동동 구를뿐이다. 성격에 대충 일정을 잡아
다니지 못하는 성격이니.. 그냥 장비만 실어
이곳이 아니기만을 기대해 보는 수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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