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달렸던 낭만 가득한 문경 모토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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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캠핑후기

새벽을 달렸던 낭만 가득한 문경 모토캠핑

현재 시간 새벽 2시.


토요일 오전부터 시작되는 비 소식에


우랴부랴 짐을 꾸려 늦은 밤이슬에 발걸음을


올리게 되었다. 이날의 최종 모토캠핑 목적지는


문경. 비 맞은 개처럼 처량하게 아침부터


달리느니 비를 피하는 게 낫겠다 싶어


야심한 새벽 출발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와 같이 새벽녘부터 미쳐 보고자


했던 회원님들과 약속 후, 집을 나섰지만


역시나 전형적인 직딩에게 지금의 시간이란


감당할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기 마련.


결국 1차 집결지였던 응암 휴게소를


들리기도 전에 편의점에 들려 카페인의


힘을 빌리게 되었다.

 

 

 

 

피난민 모드를 연상케 하는


애마 버그만650.

 

 


고작 일박이지만 캠핑 카페


관리자로써 알게 모르게 공용으로


사용할 짐을 챙기다 보면 항상 이렇게


한 차 가득해진다. 혹시나 일이 생기면


알아서들 잘 하겠지, 하면서도 나이를


먹으면 생기는 의심의 노파심만은


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나 보다.

 

 

 

 

심야 장거리 라이딩이었던 만큼 야참이


아닌 아주 크고 진한 블랙커피로


주유하듯 강제로 위장을 카페인으로


채워 넣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꾸역꾸역~ 말이다. 신물이 올라오고

 

헛구역질이 나오지만 미련해도 참고

 

미리 마셔두는 것이 좋다.

 

 

 

 

아무튼 애마에겐 오늘도 안전 라이딩을


기원하며 그렇게 1차 집결지였던 이천


응암 휴게소로 달리게 되었다.

 

 

 

 

넓은 휴게소는 어둡다 못해 음산하기까지


했었고, 그저 희망의 불빛이란 단어가


어울릴 만치 편의점 하나만 환하게


간판 불을 수놓고 있을 뿐이었다.


그 작은 불빛 아래 모토캠핑 회원들은


하루살이 마냥 자연스레 모여들었다.

 

 

 

 

비를 피해 애써 새벽에 출발했건만


이날도 여지없이 기상청의 오보에


염장을 찔리게 되었다.


(결국 문경까지 비 맞고 감)

 

 

 

익사400 오너

영진이형.

 

 

 

다타삼 오너이자

사진계의 민폐

역광 민성이형.

 

 

 

그리고 브이스트롬 오너

구용형님.

 

 

 

후두둑, 점 차 떨어지는 비에


애써 픽업한 짐들을 다시 동여매고


확인 작업에 나서게 되었다.

 

물기를 머금은 짐과 밧줄은 늘어지거나

 

유격을 벗어나 안전라이딩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윽 하고 살펴보니

 

역시나 베테랑들 답게 걱정은 없었다.

 

 

 

혹시 모를 굵어질 비에 우비도


집어 들었지만 역시나 찜찜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 시간 반 가량을 달려


소조령 터널 밑자락에 위치한


검문소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어두운 야간 주행에 비까지 내리니


로드인 나로선 정말 눈이 빠질 지경이었다.


정신이 멍해지는 심야 주행은 집중을 해서


운전해도 반사 신경이 떨어지기 때문에 애당초


서행으로 달리는 것만이 답이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해 비가


더 내리기 전, 서둘러 사이트를


구축해본다. 하지만 동이 튼지는 오래다.

 

 

 

그래도 곧 텐트 안에 들어가


후두둑 비 떨어지는 소리에


잠 청할 것을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너무 낭만적이고 몸서리 처졌다.

 

 

 

 

소박한 타프 밑에선 수컷 냄새


가득 풍기는 남정네들이 나름 준비한


이른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 아침이라면 삼겹살은 무리가


있었겠지만, 야외에서 먹는 식단은


시 때 상관없이 무엇을 먹던


맛집 그 이상이었던 것 같았다.


아무튼 집에선 거들떠보지도 않던


프라이팬 삼겹살이 이곳 필드에서만큼은 엄지 척!!

 

 


그렇게 식사 후 우리는 빗소리와 함께


꿀잠을 청하게 되었다.

 

 

 

정오가 조금 지났을까?


기상 예보와 달리 쾌청한 날씨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불행인가


다행인가? 감성 만점의 우중 캠핑을


즐기려 했건만, 되려 날씨는


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토 캠핑이라고 별거 있으랴.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 배웠거늘.


역시나 떨어진 체온 보강엔


칼칼한 닭볶음탕만 한 것이 없었다.

 

 

 

달달한 소주 한 잔에 진한 국물


한 수저 입에 말아 넣으면 이내


곧 세상만사가 달달해지는 기분이다.


온 시름이 물러나니 힐링이 절로 된다.

 

 

 

깊은 산골짜기인 만큼 해도 빨리


저물었다. 산 그늘에 가려진 태양은


자신의 흔적만 남길뿐, 이내 떨어지는


주변의 서늘한 공기는 잡을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여지없이 시작된 불놀이.


산불 방제기간이라 불을 피우는 것에


약간의 의심은 있었지만 주변이 비로 인해


흠뻑 젖었다는 점과 관리 공무원의 허락을


받은 이상 바로 모토 캠핑의 하이라이트인


캠프파이어 모드로 돌입하게 되었다.

 

 

 

잠시 짬을 내어 주변의 경관을 담아보지만


아직 채색을 시작하지도 못한 이른 봄.


그리고 다시 흐려져만 갔던 날씨는


사진 속 남은 마지막 채도 마저 뺏어가는 것 같았다.


그저 돌과 나무에 달라붙은 이끼만이


비슷한 숲 냄새를 풍겨줄 뿐이었다.

 

 

 

봉순이를 자처한 영진형이 쌉싸름한


커피를 내려주고 있었다.

 

 

 

평소 넘쳤던 커피지만, 오늘 모토캠핑에서


만큼은 커피라곤 이것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먹었던 커피는 더욱


고소하니 풍미가 좋았던 것 같았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입안에 털어 넣으며


가글을 하듯 커피향을 입안 곳곳에


놀렸다. 결국 분위기에 취해 이곳에 이렇게


살아 있음에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데


온기까지 이렇게 전해주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세상의 그 어떤 즐거운 현장도


부럽지 않았다. 특히 모닥불이


타면서 풍기는 연기냄새는


언제나 자극적인 향수를 불러


일으키니 떠오르는 추억에


말벗이 따로 필요 없을 지경이었다.

 

 

 

필자가 겨울만 되면 자주 애용하는


TP 텐트이다. 백패킹엔 부적합하지만


모토캠핑에 있어선 적재나 무게 면에서


전혀 부담이 없는 텐트가 되겠다.

 

 

 

텐트를 뚫고 길게 뻗어져 나온


연통은 그대들이 상상하는 바이다.

 

 

 

이 작은 TP 텐트에 아담하기 짝이


없는 소박한 화목난로가 전실 가운데를


떡 하니 자리를 잡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플라시보 효과를 내는 듯이 온기를


전하는 화목난로...

 

 

 

여기에 실제로 불까지 댕기면


텐트 내부는 훈훈하니 집보다 더욱


안락하고 따뜻한 보금자리가 완성된다.

 

 

 

솔직히 4월엔 굳이 필요 없는 장비이긴


하나 비가 내릴 때 젖은 텐트를 말리거나


감성 만점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엔


이만한 아이템도 없기 때문에 정작 짐이 되더라도

 

가져갈 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화목난로를 태우고


텐트 내부가 훈훈해지기 시작하면

 

 

 

소싯적, 겨울철, "이불 밖은 위험해"


라는 동심 어린 말장난처럼


"텐트 밖은 위험해"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아직까진


한 자릿수의 외부 온도가 부담되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시작되는 저녁 만찬의 시간.

 

 

 

모토캠핑에서 먹는 식사는 같은 음식을


세 번 먹는다는 말이 있다.


한 번은 눈으로 먹는 것이요.


두 번은 코로 먹는 것이요.


마지막은 입으로 먹는다 한다.

 

 


평소 직장을 다니면 시간에 쫓겨


또는 상사 눈치에... 하지만 이곳에선


누구 하나 손대는 사람 없으니


천천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며


만끽하면 되기 때문이다.

 

 

 

만찬이 끝난 후엔 나른한 음악에


조용히 모닥불을 주시하며 감상한다.


가장 힐링이 되는 절정의 시간이 되겠다.


정말 지금 순간만큼은 가족도 직장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시간으로


가끔은 부끄러운 자아성찰을 하기도 한다.

 

 

 

타들어가는 매캐한 연기는


바람이 잦아드는 깊은 밤으로


접어들수록 곧게 피어오른다.

 

어쩌면 우리에겐 잠을 청하라는


알람과도 같은 신호가 아니지 싶다.

 

 

 

다음 날 아침.


곧 죽어도 좋을 만큼 무척이나


화창한 날씨를 맞이했다. 다행이다.


감성 만점의 우중 모토 캠핑을 원한 건


사실이지만, 다음 날 장비를 말릴


따스한 햇볕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린 그렇게 정오가 다 될 때까지


늦장을 피우며 출발할 때 즐기지 못했던


라이딩을 즐기고자 복귀 스케줄을 다시


그리게 되었다.

 

 

 

그중 복귀 코스로 단양과 제천을


가로질러 소선암에 잠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어찌나 날씨가


좋던지, 다시 이곳에서 짐을 널부러 뜨려


놓고 하루만 더 있다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넉넉지 못하니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이곳은 어디였던가...


멋지게 충주호를 그리며 지도만 보고


진입을 했건만... 난데없는 임도가


끝없이 펼쳐진 가운데 우리를 막막하게


했다. 그나마 임도에 특화된 매뉴얼은


달리만 했지만 무려 20킬로에 가까운


임도에 나머지 스쿠터 오너들은


이곳을 빠져나오느라 영혼도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아무튼 위험한 길을


한 시간 넘게 달려 무사히 빠져나오긴 했다.


그리고 남은 건 한숨 섞인 사진 몇 장과 구용형님이


잠시 짬을 내 이곳 오지에서 캐낸


냉이 5천 원 어치...ㅠㅠ

 

 


"아이고 죄송합니다"

 

 

 

그래도 임도를 빠져나와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맛집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점심도 못 먹고 저녁이 다 되도록 배를


곯고 있었는데 뜻밖의 만찬에


다시 한 번 복귀 길 파이팅을 하게 되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이미 태양은


처마에 걸려, 채 길어지지 못한


하루의 마감을 달리고 있었다.


마지막 로드의 임무는 오늘 함께한


이들을 무사히 집까지 들여보내야


마무리가 되는 만큼 긴장의 고삐는


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들린 이천의 어느 편의점에서


이번 모토캠핑의 훈훈한 마무리를 짓는다.

 

 


이번 모임은 어느 때의 박투어보다


길었던 캠핑 같았다. 아무래도


토요일 이른 새벽에 출발을 해서


그런지 마치 2박을 하고 온 기분이었다.


보통 토요일 오전에 출발해 목적지에


도착하면 점심이고, 사이트 구축하고


간단하게 늦은 점심 먹으면 곧 저녁이라


하루가 무척 짧게만 느껴졌는데 말이다.

 

다음엔 출발할 때 비만 안 온다면

 

시간을 당겨 한적한 라이딩을 즐기는 것도

 

꾀 유쾌한 일이 되지 싶다.

 

 

출처 : 다음넷 모토캠핑 동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