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지난 추석.
오전 제사를 끝내고 시간이 닿았던
회원님들과 이천 응암 휴게소에서 만나
2박 3일의 모토캠핑 여정을 준비하였다.
이날의 최종 목적지는 울진 불영사.
선발대로 함께 해주신 회원님들의 애마 모습들.
이때는 지금처럼 줍지 않은 시기인 만큼
아직까진 바이크에 픽업된 장비들이 제법
가볍게만 보였다. 그리고 이틀간 먹을 장을
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여유가 있었다.
선발대로 함께 했던 박영준님, 윤민상군, 김민성님
그리고 마지막에 도착한 지성배군.
우리는 그렇게 모여 이천의 마지막 경계라인에
위치한 어느 작은 마트에서 가볍게 장을 보고
먼 장거리 투어 길을 서둘러 달렸다.
얼마 전, 기변 한 필자의 버그만 650과
이전에 내가 탔던 맥심 600. 지금은
친한 동생의 품으로 들어가 사랑받으며
잘 달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내달리던 중
잠시 숨을 고르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잠시 머물렀던 영월의 김삿갓 휴게소.
점점 어두워지는 탓에 초초해져만 간다.
조금이라도 해가 있을 때 도착해야
캠핑을 위한 사이트 구축을 포함한
모든 준비과정들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해는 완전히 넘어가 버렸고
어차피 늦은 거 마음 편하게 쉬엄쉬엄
달려보기로 했다. 한적한 시골 구멍가게에
들려 약간의 다과와 담소를 나누어본다.
도심에서 느껴보지 못 했던 구수한 이곳만의
주변 정경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푸근함과
은은한 향수가 올라온다.
눈이 빠져라 달리고 난 뒤,
잠시 쉬며 한대 물어보는 담배는
그야말로 꿀맛...
평소 매캐한 담배 연기도 이때만큼은
담백하니 구수한 향을 자아낸다.
늦은 시간에야 불영사에 도착한 모캠팀.
주변엔 우리가 비추는 불빛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할 정도의 칠흑 같은
어둠만이 주변을 휘감는다. 명절이라 그런지
그러한 적막감은 소스라치게 다가왔다.
그래도 캠핑에선 남는 게먹는 거라
하지 않았던가... 따끈한 라면 한 젓가락에
모든 시름을 내려놓아 본다.
감성을 더해 보고자 점등한 가스 랜턴은
주변이 너무 어두운 나머지 스스로의
빛조차 어둠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나마 힘 있게 비춰주는 건 대용량 LED 캠핑
랜턴들뿐... 마지막 하나는 부산에서 올라오신
회원님의 사이트 구축을 위해
저 멀리 빼두게 되었다.
그래도 모처럼 모인 모토캠핑 회원님들과의
따뜻한 담소와 웃음꽃은 깊은 산골짜기의
음산함을 저 멀리 밖으로 밀어 보내기에
충분했다.
조금 이르긴 해도 작은 스토브에 불장난도
해보고 오랜만에 만난 우리들은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첫날을 지새고 있었다.
흐릿했던 다음 날 아침.
쾌청하지 못 했던 날씨에 주변의
풍경도 뿌옇기만 했다.
일찍 일어난 회원님들은
이른 아침의 서늘함에 전 날 남은 장작을
주워 모아 불을 때고 있었다.
날이 밝아서야 회원님들의 장비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박한 해먹이 있는가 하면 근사한
텐트도 있고, 하지만 다들 야심한 밤에
사이트를 구축해서 그런지 어린애
바지 추켜 올려 입은 것 마냥 엉망이었다.
달달한 모닝커피로 텁텁해진 입안과
체 달아나지 않았던 잠을 쫓는다.
기봉님이 가져오신 캐틀 주전자.
이른 오전부터 장비 감성팔이에,
그리고 희한한 주전자 모습에 회원님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불영사에서의 첫 끼니는 숯불고기였다.
이때는 기온이 제법 높았던 지라 가급적
생물류 식자재는 상하기 전에 빨리 소비하고자
일부러 꺼내들었던 것 같았다.
이른 오전부터 느끼한 고기에 술은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잘 들어간다. 망가진들
봐줄 사람도 없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도 없었던 것 같았다.
모토캠핑 일행 중 한 명이 먼저 복귀를
서둘렀다. 개인적인 일과 그리고 전국적인
비 소식... 비를 맞으며 캠핑을 즐긴다는 건
캠퍼들에게 가장 축복받은 연출 중 하나이다.
하지만 바쁜 직장인에겐 그 이후의 장비를
말리는 일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모든 캠핑이 다 그렇겠지만, 야외에선 결국
앉아 있는 시간과 자는 시간이 가장 많다.
때문에 모토캠핑도 의자나 매트는 금액이 조금
들더라도 부피가 작으며 편한 것을 구매하는 게
이중 구매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결국 이렇게 구매한 장비는 결과적으로
금전 지출을 더 절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제법 많은 비 소식 예보에 서둘러 타프를 치고
주변의 장작들이 젖어 못 쓰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하게 되었다. 동생의 서투른 도끼질에
내 아끼는 장비가 남아나질 않았다.
그렇게 세팅을 끝내고 주변 맛집을 찾아
울진 시내로 들었다. 하지만 정작 소문난
맛집은 명절로 인해 모두 문을 닫았었고
결국 처음 보는 식당을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 방문했던 음식점이라 불안하긴 했지만
생각 외로 정말 맛있었던 물회.
더구나 저 멋진 바다를 등지고
짠 내 그윽한 공기 한 줌을 같이
곁들여 먹으니 맛집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간단한 식사를 끝내고 다시 사이트로
복귀한 모캠팀. 미리 준비한 장작을
스토브에 넣고 불을 지핀다. 솔직히
이 정도 시기에 화로를 태운다는 것은
주변의 온기를 더하기보단, 벌레를 쫓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후발대로 도착한 모캠 멤버
이정한 회원님이 집에서 한가득 가져온
지짐이가 마지막 밤의 매인 메뉴가 되었다.
날도 구질구질한 게 곧 비가 올 기세.
아직 내리진 않아도 곧 내릴 비 소식은
이미 내리는 것과 같았을까? 비만 오면 생각
난다는 지짐이에 막걸리는 아니더라도
아쉬운 대로 막걸리의 자리를 대신한 소주가
오늘의 분위기 메이커를 대신했다.
은은한 조개탄의 향을 머금은 소시지와
노가리는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매 회 모캠에선 서로 간의
식자재들이 비슷비슷하여 질릴 법도 하지만
이 또한 어디에 어떻게 조리를 하느냐에
따라 백의 진미로 탈바꿈하니, 더구나
또 다른 장소와 또 다른 이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건, 20년 넘게
캠핑을 즐긴 나로써도 그 맛의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마지막 밤도
맛있는 음식은 금방 손을 타 사라지듯
짧기만 하였다.
주변의 부산한 소리에 눈을 떠본다.
새벽엔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그렇게 운치 있고 좋더니, 사그라들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내리는 장대비는 이내 이곳을 반
지옥으로 만들어 놓았다.
우천을 대비해 파 두었던 고랑은
워낙 많이 내린 비로 인해 무너져 내려 있었다.
큰일이다. 이날은 복귀를 하는 날이고
집까진 거리가 무척이나 먼 만큼
언제 또 장비를 널어 말리는지에 대해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하염없이 내리는 울진의 장대비는 닦아도
닦아도 앞을 가리기만 하였다.
모두 무사히 복귀할 수 있을까?
비 소식에 혹시나 싶어 마지막 휴일을
비워 놨는데, 역시나 요긴하게 쓰였다.
전 날 모토캠핑팀은 그 모진 빗속에서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복귀를 하였다.
마지막 남은 휴일 하루는 장비를 말리고
전 날 비에 젖어 모래투성이가 된 애마들을
세차하는데 투자하기로 하였다.
세차 후엔 근처 캠핑점에 들려 부족하거나
망가진 모토캠핑 장비도 재구매 해보고
회원님들과 같이 저녁을 하고자 투어 아닌
당일 투어를 철원까지 달리게 되었다.
흔쾌히 철원까지 따라와 주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전 날 비로 인해 다들 뭔가
라이딩에 있어 섭섭했던 모양이었다.
철원 맛집에 들려 맛난 백반에
속을 든든히 하였고
비가 오고 난 다음 날이라 그런지
제법 쌀쌀했던 날씨에 달달한 간식과
쌍화탕으로 애써 이겨보려 하였다.
이렇게 나름대로의 바쁜 연휴를 보내고
나니 그간 달리지 못 했던 스트레스의
응어리가 말끔히 치유가 되었다.
올해의 마지막 연휴를 이렇게 보냈으니
라이딩이 가능한 다음 연휴는 여름휴가나
돼야 가능할걸 생각하니 또다시 초조해진다.
로또나 하나 맞으면 길 잃은 집시처럼
미친 듯 돌아다녀 볼것을...ㅠㅠ
출처 : 다음넷 모토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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