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캠핑] 어느 한적한 시골의 오지모토캠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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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캠핑후기

[바이크캠핑] 어느 한적한 시골의 오지모토캠핑 이야기


 

 

지난 2월 중순...

날이 조금 풀렸단 소리에 여지없이

바이크캠핑 모임이 주선되었다.

아직 시즌 오픈은 한참 남았건만...

모터싸이클에 미쳐있는 우리들에겐

그저 물이 얼지 않는 기온과 약간의 햇볕만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들만의 시즌이었다.






마음 같아선 강원도 저 멀리 오지까지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이륜차 특성상

많은 눈을 만나게 되면 대형사고나 고립될

소지가 있기에 양평의 어느 한적한 시골에서

오지 바이크 캠핑을 진행하게 되었다.

회원들과 이러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였다.

오늘도 기상청에 속았다는 씁쓸한 생각에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그 속을 달래본다.






눈은 내렸지만 가까운 곳에서

모토캠핑을 즐기는 만큼

진행에 앞서 큰 부담은 없었다.

선발팀과 함께 도착한 이곳은

광탄유원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겨울이라 그런지 다른 캠퍼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 오늘도 우리들만의

한적하고도 여유로운 오지 캠핑을 예감해본다.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는 내내 눈발이

휘몰아쳤다. 사이트를 구축하는 내내

이러다 내일 집에 못 가는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일상에서의 찌들었던 생각을 버리고

무리해서 힐링을 하러 왔건만...

회원들의 근심에 자칫 좋았던 이 모든

분위기가 망가질까 봐 한 마디 던져본다.


"못가면 용달 부르죠 뭐"


쿨한데?






아기자기한 바이크 캠핑만의 용품들을

이곳저곳에 널브러뜨려 놓는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캠핑용품들은

더욱더 우리들이 행하는 모임에 대한

구수한 맛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바이크 캠핑만의 소박한 맛이란...






꽝꽝 얼어있던 강변은 마치

냉동실의 문을 열었을 때 쏟아져 나오는

한기와도 같았다. 날이 풀렸다는 말은...

그저 저 멀리 사는 남쪽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추웠던 날씨에

애써 챙겨온 장작들도 부족할까 싶어

누군가가 태우다 버린 시커먼 나무들까지

 주섬주섬 끌어모으기 시작하였다.

화로에 불이 오르자, 체 빠져나가지 못한

훈훈한 열기들이 따뜻이 몸을 감싸 안는다.






얼음을 깨어 부족한 식수를 보충하고

해가 저물수록 낮아지는 기온에

유단포를 만들어 체온을 보호한다.

우리들의 모습이 캠핑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에겐

부족해 보일 순 있지만, 우리에겐 그 어느 때 보다 

동계 캠핑의 맛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법 거칠게 내렸던 눈이 그치고

그제야 밖에 나와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강변이라 그런지

제법 바람이 불었다. 애써 피워낸 화로의

열기가 도망가지 못하게 타프의 끝자락을

힘 것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만반의 준비가 다 되었을 때쯤

하나둘씩 바이크 캠핑 팀이 도착하였다.

전국 최초로 하야부사를 캠투어러로 개조시켜

멀리 이곳까지 와주신 임현님.

사진과 같이 애마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일본 쇼핑몰까지 직접 뒤지고 만들기까지 했단다.

본인도 스쿠터에 나름대로 몹쓸 짓을 했다고

생각했건만... 나와 같은 중증회원님 같아

그 흔한 유대감마저 들었다.






소복이 텐트를 수놓은 하얀 눈은, 자신도

추운지 쉽게 텐트에서 내려오질 않았다.

사이트 정리 후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니

우리들은 아이들 마냥 놀 거리를 찾았다.






마지막 후발대로 도착한 유승훈님.

모토캠핑의 원년 맴버이기도 한

듬직한 형님이시다.

근데 바이크 캠핑 장비가 없는 건 함정인가?






이렇게 모든 이들이 모여

조용하고 한적한 우리들만의

본격적인 바이크 캠핑이 시작되었다.






회원님들이 챙겨오신 먹거리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다.

이를 다듬고 조리하는 건 언제나 나의 몫.

힘든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맛있다는

말 한마디에 그 피로함은 온데간데없다.

오늘의 매인 요리는 오리고기.

캠핑에서 항상 주역이었던 돼지 목살.

오늘만큼은 분위기만 거들 뿐이었다.






값지고 맛있는 음식들로

적당히 배를 채우고 나니

모닥불도...

이야기도...

절정에 무르익는다.






매인 요리를 먹은 후

언제나 심심한 입을 달래기엔

소시지만큼이나 중요한 엑스트라도 없다.

덜 익어도 맛있고 타도 맛있고...

야외에서 해 먹는 음식은 먹는 이의

입맛과 이를 만들어내는 요리사의 손을

결코 탓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체로 행복할 뿐...

 


 

 


비렁뱅이도 쓰지 않을 법한...

또 군생활에 질려 쳐다 보기도 싫을 법한

오래된 반합통...

긁히고 찌그러지고 그을리고...

하지만 몇몇 캠핑 레시피들은

반드시 이 녀석을 거쳐야 완성되는

음식들이 있고, 꼭 이 녀석이 품어야만

그럴싸하고 구수한 맛이 첨가되기도 한다.

럭셔리 캠퍼들이나 이러한 감성을 잘 모르는

이들은 "이게 뭐 하는 궁상이냐" 라고 하겠지만

바이크 캠핑의 매인 컨셉은 헝그리가

베이스인 만큼 미약하게라도

이러한 부분을 살려 줄 필요가 있다.

어쩌면 라이더들의 깔 맞춤이라는

단어가 이와 비슷하다고 할까?

 

 

 

 

 

커피와 고구마...

생각지도 못 했던 궁합이었다.

누군들 알았을까?

따끈한 군고구마 한 입에

커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으니

참으로 오묘한 맛이 혀끝을 자극한다.

 

 

 

 

 

다음 날 아침.

혹시 모를 밤새 내릴 폭설을 걱정했건만...

예상외로 청명한 날씨에

절로 눈이 떠진다.

아침은 전 날 먹다 남은 고기와

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하였다.

 

 

 


 

전 날 마신 술 때문인가?

몇몇 회원님들의 얼굴이 인사불성이다.

긴 새벽동안 축축이 젖어버린

옷가지와 장비들을 널어 말린다.

 

값비싼 장비들은 아니지만

정리를 할 때 잘 해야만 다음 모토캠핑에서

그리고 집에 가서도 편히 발 뻗고

누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젖은 캠핑장비를 그대로 방치했다간

곰팡이와 변색 등으로 캠핑장비들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물던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이곳을 떠나기 전...

해님을 벗 삼아 이곳의 경관을 담는다.

아직 풀이 없어 주변의 모습들은 투박했지만

이곳도 한 두 달 뒤면 초록물감이 어김없이

예쁘게 수를 놓을 거라 기대된다.

따뜻했던 날씨에 그간 얼었던

흙들이 노글노글 하니 바이크에 엉겨 붙었다.

 

 

 


 

짧기만 했던 박투어에 아쉬움을 토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이곳을 떠나온다.

 

 

 


 

이제 막 점심을 맞은 토마토 휴게소는

한산하기만 했다. 오직 반대편 차선을

넘다 드는 바이크들만이

이곳을 인식할 뿐이었다.

 

 


 

 

그렇게 숨을 고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또 다른 바이크 캠핑팀이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

자전거에 적재된 그들의 짐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무거워서 바이크에 조차

적재하지 못하는 장도끼를 자전거에

달고 다니는 모습에 그들의 격한 패기가

느껴졌다. 엄지 손가락이 절로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시원한 국수 한 사발에

유종의 미를 거두어 본다.

입춘이 한참 지났건만

아직 서울 경기권은 어딜 가나 춥기만 하다.

이럴 때면 가끔은 남쪽에서 활동하는

회원님들이 부럽기만 하다.

다음 번 모토캠핑 야영지는

국토를 가로질러 내려가야겠다.

그러면 조금은 따뜻하게 어울릴 수 있겠지?

 

 

 

 

 

출처 : 다음넷 모토캠핑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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