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마지막 가을이야기 "모토캠핑 인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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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캠핑후기

강원도의 마지막 가을이야기 "모토캠핑 인제편"


 


작년 10월...

강원도의 어느 가을날...

모토캠핑의 시즌이 끝나갈 무렵

절정이었던 강원도의 단풍을 등지고

한적한 인제의 어딘가에서 또 한 번의

모토캠핑이 주선되었다.




바리바리 싸들은 캠핑장비들은

개인 사정으로 떠나지 못해 주변을 배회하는

다른 이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기에 충분해 보였다.

출발 전, 잔뜩 예열된 엔진에 연료통 숨구멍에선

강한 휘발유 냄새가 서두른 출발은 재촉하였다.




가을 안에 피어난 단풍의 풍경에 젖는다.

보기 좋았던 주변 모습에 

가다 서기를 무수히 반복해본다.

일시적인 일탈에서 오는 느낌이었을까?

자연을 벗 삼아 귀농을 생각해본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사진기의 셔터 횟수가

끊임없이 찰각거리며 올라간다.

점점 반복되고 많아지는 사진 컷에

올해는 이곳이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이만큼 아름다우려나...




보기 좋았던 모습들이 끝나갈 무렵

멋졌던 단풍 구경에 대한 입장료라도

받아 가듯 숨이 막힐듯한 임도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달리며 눈에 넣었던

아름다운 풍경들조차 잊혀질 만큼 

힘들었던 임도 주행...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다녀온 기분마저 들었다.

바이크 기변 병이 절정에 오른다.




진땀을 잔뜩 빼고 겨우 도착한 야영지.

이곳을 찾겠다고 얼마를 헤매였던가.

그래도 좋은 포인트를 발견했다는 뿌듯함에

임도를 달리느라 지쳤던 몸도 어느덧

충분히 회복을 하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후발대로 출발한

동생 커플과 함께 땅에 떨어진 동전이라도

찾듯이 이곳저곳을 바쁘게 둘러본다.

가장 적합해 보이는 곳의 노면 상태를 확인 후

주차와 함께 사이트를 구축하였다.




소박한 야영장비들을 바닥에 널부러 놓는다.

오토캠핑과 달리 모캠장비들은 캠퍼에게

최소한의 편의만 제공하게 된다.

없어 보여도 이곳에서만큼은

우리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엔 충분하다.

 



누가 깊은 산중이 아니랄까봐...

이제야 늦은 점심을 준비했것만...

음식들이 익기도 전에 해는 이미 기울어버렸다.

날이 어두워지면 장작을 구하기가 힘들어

지는 만큼 서둘러 간단히 요기를 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뭇가지들을 끌어모은다.

 


 

주변이 어두워 지자 주위를 맴돌았던

공기들도 같이 밑으로 가라앉았다.

시월 말의 강원도는 제법 추웠다.

 

 

 

볼품없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피어올랐던

작은 불꽃들은 따뜻함과 함께

간식으로 챙겨온 음식들에게

훈연이란 향신료를 더해주어

그 맛을 극에 오르게 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이런 곳에 나오면 어떤

음식이던 맛이 없을까...

 


 

짭조름한 번데기 탕을 덥히고

두둑하게 가져온 고기를 구워내어

낮에 부족했던 허기를 채운다.

반합엔 무엇이 들어있었던

지금의 형태만으로도 우린

뭔가 그럴싸한 캠핑과 함께

충분한 힐링을 하고 있었다.

묵묵히 모닥불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우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기만 하다.

 


 

이튿날...

새벽 내내 하얀 꽃으로 텐트를

수놓았던 서리들은 물씬 떠오른

태양에 금세 얼굴을 감추고 만다.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볕은

두툼한 솜이불 보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눅눅하게 젖었던 솔밭은

따뜻한 햇볕에 진한 솔내음을

풍기며 코끝을 자극했다.

상쾌한 솔 냄새에 이날만큼은

그 어느 때 보다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단어 풀이 해석으로 놓고 보면 이곳은

솔직히 오지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지금처럼 온라인이 발달한

대한민국에선 오지란 그저 남들 눈치

안 보고 조용히 힐링을 할 수 있다면

그곳이 요즘 말하는 오지라 할 수 있겠다.

이곳저곳에 거름을 주고 나면

이러한 부분은 확실해진다. ^^;;

 

 

 

새벽녘까지 잠들을 설쳤던 걸까?

결국 늦잠에 아침 겸 점심을 먹게 되었다.

지난밤 다 먹지 못 했던 돼지고기를

동생님께서 손수 주무르며 뭔가

그럴싸한 레시피를 만들고 있었다.

버려진 밭에서 캐낸 감자와

출처가 불분명한 식물들이

고기 위에 하나둘씩 올라타기 시작한다.

"나 지금 떨고 있니..."

 

 

 


예상과 다르게 꾀나 맛있었던

익명의 요리... 다음번 모토캠핑 땐

고기가 남으면 숨기던가 묻어야겠다.

이번 캠핑의 마무리는

직접 내려마시는 아메리카노가

마지막을 장식하였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지만

야외에서 직접 만들어 마신다는

의미 하나에 맛 하나만큼은

고급 브랜드 커피가 부럽지 않았다.

 

 


복귀 길 라이더의 성지인 토마토에서

시원한 음료 한 잔을 홀짝거리며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들여다본다.

 

 

 

짧은 하루였지만 찍어놓은 사진들을

들여다볼 때면...

가끔은 추억을 고를 수 있다는 생각에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게 되는 힘이 되는 것 같다.

 

그저 하루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내 님들과 하염없이 달렸으면...

 

 

 

 


 

글 : 일곱발가락

사진 : 다음넷 모토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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