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진행했던 양평 캠핑은...
추억도 추억이었지만 무척이나 추웠던
날씨에 조금은 아쉬웠던 모토캠핑이었다.
하지만 라이더들의 끊는 열정과 패기만큼은
여지없이 분출해 줄 필요는 있었다.
이에 우린 다시 모임을 잡고
조금이라도 따뜻한 적도에 다가가고자
문경으로 바이크캠핑 일정을 잡게 되었다.
그렇게 양지 ic를 출발지로 정하고
선발팀들의 합류가 시작되었다.
때는 3월 초...
이화령을 조금 지났을까?
날씨가 풀렸다고는 했지만
아직까진 산과 산 사이를 맨몸으로
주행한다는 것은 우리들을 움츠려들게
만들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도 잠시 숨을 고르며
햇볕에 얼굴을 들이밀었을 땐
완연한 봄기운만큼은 만끽할 수 있었다.
이날의 최종 목적지는 문경 "김룡사"
사찰과 전나무 숲으로 유명한 곳인 만큼
설레는 마음에 얼마 남지 않은 거리임에도
한없이 멀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한 시 라도 빨리 도착하여 도심의 매연과
황사로 찌들어 있던 콧속을 킁킁
거리며 정화시키고 싶었다.
말로만 들었던 현장에 도착하니
제법 청명하고 쾌적한 날씨였음에도
다른 캠퍼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절간을 오고 가는 사람들만이
적적한 이곳을 달래줄 뿐이었다.
사진으로 다 담아내진 못했지만
빼어난 주변 풍경은 기대했던 만큼
애써 멀리서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이곳은 정식 캠핑장은 아니었지만
잘 정리된 주차장과 개수대가
야영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었다.
다만 화장실은 재래식으로 가족단위로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겐
한 번쯤 고려해볼 부분이었다.
우리는 최적의 사이트 포인트와
조금이라도 무거운 짐들에 대한
동선을 줄이고자 이곳저곳을 서성이며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이날은 우리 모토캠핑 팀이
이곳의 모든 곳을 전세 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한참을 망설이다
길목에 중심을 세우게 되었다.
자신들만의 아기자기한
짐 꾸러미들을 이곳저곳에 풀며
규칙 없이 세운 텐트들이
하나둘씩 이곳저곳에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부락촌 마냥 허름해 보였던 텐트들은
이들의 캠핑 내공이 한 두 번으로 그치지
않는 베테랑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바이크캠핑은 백패킹처럼 짐을 최소화
시키는 정도까진 아니어도 최대한
간소화를 시켜야 할 필요는 있는 만큼
모여서 먹는 매인 저녁이 아닌 개인의 끼니들은
언제나 라면이나 전투식량과 같이 간단한 것들로
대신하게 된다. 굳이 멀리까지 와서
일회성 식품을 먹는다는 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질릴지언정 맛은 늘 좋다.
사이트 구석구석에선 회원들이
늦은 점심에 주린 배를 달래느라
분주하기만 했다.
바이크캠핑 후발대 팀이 도착하면서
적적했던 현장의 고요함은 사라진다.
서로의 애마들을 구경하며 흥정이
난무한 시장 바닥과도 같은 토론의 열기가
조용한 했던 사찰 주변을 휘감았다.
특히 새로 구입한 애마들에 대한 이야기는
지칠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아무리 봄기운이 완연하게 다가온들
첩첩산중이었던 이곳 김룡사는
점점 누워가는 태양만큼이나
그에 곱절에 해당하는 차가운 산바람을
쉼 없이 몰아세웠다.
점점 으쓱으쓱 해지는 어깨는 둘 곳을 몰랐고
우린 해가 지기 전, 오늘도 여지없이
족보에도 없는 나무꾼들을 자청해본다.
다행히 산불 방제기간은 다음 주였기에
불은 피웠으나, 혹시라도 모를 불상사를
생각해 소화기를 가져오는 등
신경을 곤두세운다.
칠할 수도 없는 까만 어둠에
하나둘씩 준비한 랜턴에 불을 밝힌다.
불 밝힌 지금의 그라운드만이
우리를 알리고 있는 유일한 존재.
옹기종기 모닥불에 둘러앉아
서로 어깨를 비비며 체온을 올려본다.
특별히 준비한 백탄에 불을 올리고
고기의 맛을 더하기 위해 전나무를
쪼개어 조금씩 화로에 넣음으로 써
그 맛과 향을 더해본다.
좋아하는 반찬 하나만 있어도 밥을
잘 먹는 것처럼 우리들의 식단은
어느 부분에선 항상 반복되고 조촐하긴
하지만 술잔도 부딪혀야 맛이라고
이렇게 야외에서 먹는 음식은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는 법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모토캠핑에서 먹는 것이란
분명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잣대를 논할 정도의 요지는 아니다.
그래도 빠질 수 없는 만큼
이번 모임에선 회원들이 손 수 챙겨온
값지고 맛난 음식들이 상을 가득 채웠다.
특히 양념장에 버무린 고기들은
이야기를 끊어 놀 만큼
좋은 주제 거리이자 먹거리였다.
다음 날 아침...
밤새 추웠던 날씨 때문이었을까?
회원님의 최신형 애마가 말썽을 부렸다.
정말이지 이 날 아침은 있는 거 없는 거
서로 다 꺼내 놓으며 훈훈한 협동심을 보여줬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시동을 걸어
복귀길에 오를 수 있었다.
숲의 배경이 좋아 오글거림에도
이렇게 포즈를 위하며 단체 사진을 담아본다.
지금의 좋은 인연이 얼마나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을까?
기상청은 오후 늦게나 남쪽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거늘...
복귀 출발부터 흩뿌리던 빗방울이
충주에 들어서니 더욱 굵어져
우리를 당황케 했다.
바이크를 세우고 우비로 갈아입으며
비가 덜 내리겠거니 늦장을 피워보기도 한다.
기세 등등했던 우천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히 식사를 하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축축이 젖은 장비들을
널어 말리고 우천 투어에 퍼져버린
몸뚱어리를 뉘었다.
곰곰이 생각하건대...
가끔은 내가 너무 형식적으로
모임을 주선하고 나가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괜찮다.!"
캠핑이 지겨우면 라이딩을 할 것이고
라이딩이 지켜우면 캠핑을 할 것이니.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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