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모토캠핑 회원님들과
어비산 정상 부근을 다녀오게 되었다.
이제 막 GS를 입문한 회원들이라
매일같이 온로드만 타기보단
매니저 입장에서 뭔가 색다른
맛을 선사해 줄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산 정상 부근에 들어서자
산불 방제기간이라 그런지
커다란 차단기가 길을 막아섰다.
굳게 채워진 자물쇠는
연이은 한숨과 아쉬움만 자아냈다.
회원님들은 임도를 더 타지 못한
아쉬움도 아쉬움이었지만
무언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연신 사진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큰마음 먹고 구매한 앤듀로 장르의
바이크 인만큼 처음으로 임도를
타보았으니 나보단 이들이 더 느끼고
남기고 싶었던 것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의 어비산.
잔뜩 머금은 비구름은 금방이라도
우리의 머리 위에 쏟아 낼 것만 같았다.
이미 바이크의 전조등조차 달무리가
진 것 마냥 비올 징조를
충분히 암시하고 있었다.
우린 서둘러 기념촬영을
끝내고 복귀에 올랐다.
하지만 이미 비는 내리기 시작했다.
애마의 본능을 살려 처음으로
임도에 접해본 회원님은
짧았지만 꿀렁꿀렁했던
오늘의 험준한 라이딩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나 보다.
나의 의도대로 바이크의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하신 듯했다.
수십 년을 할리만 타시다
얼마 전 700GS로 갈아타신
모토캠핑 회원님께서도
타 바이크에선 가져보지 못한
신선한 충격과 재미지는 라이딩에
벌써부터 1200GS에 욕심을
내시는 듯했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까지
하늘은 오락가락하니 비를 내렸다.
어차피 인생사 복불복 아니었던가?
비는 비일 뿐이고...
우선 배라도 채우자는 생각에
유명산 초입에 있는 어느
감자탕집에 들르게 되었다.
이곳은 옥천 감자탕이라는
젊은 사장님 두 분이서 운영하시는
곳이다. 맛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간판에 바이커들을
환영한다는 인사말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도 전직 라이더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알 수 없는 동질감에
사로잡혀버렸다.
비만 안 왔다면 더 멀리
투어를 갔을지도 모르겠다는
회원님들의 말이 오고 간다.
때는 저녁 7시를 지나고 있었다.
"속초나 갈까?"
장난스레 던진 말에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가지요"
금일 예보된 전국 비 소식과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야간 라이딩.
그들의 표정엔 걱정보단
무언가 실 컷 달릴 수 있다는
짜릿한 승부욕만이 얼굴에
앳된 미소를 머금게 하고 있었다.
때마침 고성에서 모토캠핑을 하고 있던
회원님이 계셨기에 우린 통보 아닌 통보와
함께 미친 듯이 동해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비 맞을 각오로 쉴 새 없이 달려
자정이 되기도 전에 고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천을 생각해 자동차를 타고
모토캠핑을 오신 회원님께선
멀리 서울에서 달려온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 해 주시며
맛난 라면을 끓여주셨다.
굽이굽이 산을 넘어 다닌 탓에
떨어진 체온은 회원님이
내어주신 얼큰한 라면 한 사발과
이미 충분히 타오르고 있던
모닥불에 의해 차고 넘쳤다.
사람의 발에 으깨지지 않았던
실하고 실했던 솔방울들...
불에 던져 넣자 기름을 부은 것 마냥
화로를 집어삼킬 듯 타 올랐다.
원래 솔방울이 이렇게 잘 탔었나
하며 혼을 쏙 빼놓으며
모닥불을 주시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해변가엔 투덕투덕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워낙 익숙한 변수인 만큼
우린 아무렇지 않게 타프 안으로
모여들어 음식을 나누었다.
캠핑 성수기를 맞기 전의
동해안 라인은
어느 해변가든 이렇게나
한적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때문에 여유 있는 바닷가 힐링을
원하는 캠퍼들은 지금 이러한 곳을
찾아야만 세상을 다 안아보는 듯한
감성캠핑을 할 수가 있다.
회원님이 준비해주신
모닥불과 감성만점의
팝송은 캠핑장비 없이
이곳을 찾은 우리들의 발걸음을
한없이 묶어 놓고만 있었다.
따뜻한 온기에 몸까지 노곤해진다.
우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장비를 챙겨왔어야 하느니
아니면 근처 민박에서 자고 가느니
하며 뭔가 담지 못한 아쉬움을
쉴 새 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일 오전부턴
확실히 예고된 전국 비 소식에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앞으로 새벽 내내
이백 킬로 이상을 달려야만 한다.
충분히 졸음운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기에
우리는 고성의 어느 편의점에 들려
각성제 역할을 해줄 카페인을 흡입했다.
애연가는 니코틴을 덤으로 얻어본다.
자정이 넘은 강원도는
주유소가 거의 문을 닫는 만큼
따로 정해진 휴게소 없이
기름을 채울 수 있는 곳이
유일한 우리의 안식처였다.
아이스크림과 카페인 음료로
잠을 쫓아 본다.
마지막 종착역은 토마토 휴게소...
로드를 보느라 눈이 빠져라 달렸다.
정신없는 라이딩에 다른 사진은 담아볼
생각조차 못하며 이번 주말을 마무리했다.
여름이 돌아오면...
더 많은 회원님들이 이런 무모한
투어에 가담? 하겠지?ㅎㅎ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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