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모토캠핑 정기 모임이 있었으나 추석을 앞두고 참석자가 저조해 벙캠으로 진행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소박하게 진행되는 모임. 그리고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
나 또한 오랜만의 이러한 소모임에 초심을 떠올리며 짐을 싸 들고 바이크 위에 올라섰다.
오늘의 모토캠핑 최종 목적지는 평창 진부.
이날은 멀리 당진에서 오신 이규하 회원님과 하남에서 오신 김태연 회원님이 함께 해 주셨다.
우린 용머리 휴게소에서 간단한 인사와 함께 서둘러 여행길에 올랐다.
한 풀 꺾인 늦여름의 날씨는 해가 충분한 고도에 이르기 전까진
라이딩에 있어 우리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만들 만큼 서늘하였다.
코끝에 전해오는 강원도의 시큼한 풀 내음은 이미 가을임을 알리고 있었다.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이런저런 이야기에 처음 대면한 우리의 어색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본다.
아는 사람들만 온다는 반 오지라 그런지 그 흔한 야영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휴가 시즌이 끝난 이유도 있었지만 손을 타지 않은 이곳의 계곡물은
영롱하다 못해 마치 보석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아는 지인들 사이에서 이곳은 30초 계곡이라 불린다.
한 여름에도 수온이 낮아 들어간 체 30초도 버티지 못하고 나와버리기 때문이다.
발을 담그고 있으면 시렵다라는 표현보단 아프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결코 많지 않았던 야영 포인트에 텐트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사이트를 구축하였다.
이곳은 태백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주변의 모든 암석들이 화강암으로 가득 메워 저 있었다.
힘겨운 망치질에 팩타운 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참고로 팩을 박을 때 바닥에 돌들이 많아 잘 들어가지 않는 경우는 팩을 기울여(40도) 박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무리한 팩질은 제품들이 망가지거나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 이런 자갈 밭에선 주의해야만 한다.
계곡물에 다리만 담갔을 뿐인데 온몸이 떨리고 시립다.
더구나 해도 뉘웃뉘웃 넘어가기 시작하니 서늘했던 시원함은 어느덧 추위로 엄습해왔다.
불을 놓아 한기를 쫓고자 주변을 둘러보지만 태울만 한 나무는 없었다.
이에 이규한 회원님이 무리해 절벽에 올라가 나무를 해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아찔한 모습에 어찌나 조마조마 했는지...ㅠㅠ
썩은 나무를 자르고 부러뜨려 모토캠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캠프파이어를 준배 하였다.
이곳은 해기 지면 랜턴으로 비추어도 밝히기 부족한 짙은 어두움이 내려온다.
때문에 필요한 장작은 미리 서둘러 해 둘 필요가 있었다.
다만 짙을수록 또렷이 보이는 강원도의 은하수는 무엇과도 바꿔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이러한 멋집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한 게 마지막 여름 캠핑의 한이 될 듯하다.
종일 주렸던 배를 오후 늦게서야 채워본다.
맛집에 주문하여 조리해 먹었던 돼지 두루치기는 요즘 모토캠핑에서 새롭게
부상한 매인 음식이 되어 버렸다. 소박하게 밥 위에 덜어낸 두루치기는
캠퍼들의 시장함과 만나니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맛을 자랑하였다.
이전에 먹은 것들이 소화가 되기도 전에 백탄에 불을 붙였다.
야외에만 나오면 걸신에 홀린 듯 농락당하는 위장은...
이젠 불 냄새만 맡게 해줘도 스스로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며 먹을 것을 찾는 듯했다.
구이용으로 정평이 난 백탄은 연금술사라도 된 마냥 피에 절은 볼품없던 돼지고기를
누가 봐도 군침을 흘릴만한 훌륭한 바베큐로 탈바꿈 시켜주고 있었다.
모토캠핑을 진행하면서 무수히 반복되는 라면과 고기류 등은 식상하거나 질릴 만도 하지만
캠핑 때 매번 달라지는 주변의 자연환경 때문인지 음미하는 맛들도 그에 맞게 따라오는 듯했다.
입가심으로 꺼내놓은 소시지와 번데기탕은 언제나 단골 메뉴이다.
이러한 음식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다라고 하기보다 현장의 감성과 분위기를
음미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캠핑 음식들이라 하겠다.
이러한 부식들은 모토캠핑을 맛보는 참된 조미료와도 같기에 언제나 빠질 수가 없다.
이날은 당진에 사시는 이규하 회원님이 노가리를 협찬해 주셨다.
먹기 좋도록 장작으로 노가리를 패고 있는 모습이다.
숯불을 한 것 머금은 노가리는 비린내는 도망 간지 오래이고
평소보다 더욱 단백한 맛을 내고 있었다.
조촐한 만찬에 한도 끝도 없을 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가득 배를 채운 회원님들의 식곤증에 정리가 되어버렸다.
이튿날.
깨우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문턱까지 찾아온 서늘한 가을 날씨에 잠을 뒤척이며 일어나 버렸다.
이른 아침 코 끝에 풍겨오는 장작 타는 냄새는 잠이 덜 깬 나에겐 어느 풍족한 시골의 풍경을 연상케 하며
포근한 느낌과 함께 다시금 잠 속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다만 전 날 그렇게 먹었음에도 다시금 찾아오는 허기는 이 모든 풍경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충분한 휴식과 식사를 마지막으로 주변을 정리하며
그들을 다시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복귀 길 들렸던 토마토 휴게소...
저 멀리 반가운 얼굴이 다가왔다.
모토캠핑을 하고자 기변까지 하신 단추회원님.
근거리 마실 삼아 변을 보시기 위해 이륜관에서 여기까지 행차를...
명절 전이라 그런지 항상 라이더들로 붐벼야 하는 휴게소가 제법 한산하기만 했다.
가을볕에 그을린 라이더들의 얼굴엔 하루간의 신나는 라이딩을 끝내고 난 뒤의
흡족한 미소들이 입가에 걸려 있었다. 난 그들의 미소와 표정을 보며 또 다른 여유를 느낀다.
이젠 모토캠핑도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와 예전과 같은 나만의 여유를 찾아가고 싶다.
사진/글 : http://cafe.daum.net/mcamping
'모토캠핑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토캠핑] 서쪽여행 "태안반도 박투어 여행기" 대하축제는 덤!! (1) | 2014.10.01 |
---|---|
[모토캠핑] 시원하니 가슴적시는 가을 박투어 "평창 뇌원계곡편" (4) | 2014.09.15 |
[모토캠핑] 광복절 낚시테마캠핑 "양구직연폭포" 2박투어 (0) | 2014.09.03 |
모토캠핑 동호회 제3회 정기캠핑 "평창 물놀이 박투어 물놀이편" (0) | 2014.07.29 |
모토캠핑 동호회 제3회 정기캠핑 "평창 물놀이 박투어 먹방편" (0) | 201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