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X125 12월의 혹한 투어 양평 만남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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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발가락 일상

PCX125 12월의 혹한 투어 양평 만남의 광장

투어라 하기엔 성남에서 양평까지는 너무 가깝다.

그냥 간단한 근교 마실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평소 때 이야기고, 지금처럼 추운 시기엔

라이딩을 하면 할수록 체감하는 상대성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거의 투어를 가는 것 마냥

근교를 가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워낙 추웠던 날씨에 혼자 죽을 수 없어서

샵에서 튜닝을 막 끝낸 동생을 꼬셔 같이

양평 만남의 광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동생아~ 튜닝한 거 테스트하려면 달려봐야 돼"

 

그럴싸하게 던진 농담에 20분 정도 생각을 하더니

결국 흔쾌히 발걸음을 같이 해주었고...

샵 사장님에게도 체력 단련 차, 같이 가자 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워프를 하셨다.

 

 

 

 

 

아무튼 늦은 시간이었던 만큼 주유를 미리

하고자 주유소를 들어가 건을 힘껏 당기니

꼴랑 6천 원 들어간다. 그것도 목까지 아주

찰랑찰랑... 하긴 연비가 워낙 좋으니

탱크가 작아도 문제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도 주유하고 왕복 80킬로가량을

탔는데 PCX125의 많은 눈금 게이지에서

고작 한 칸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나 미친 연비... 이보다 연비가 더 좋다는

커브는 대체 얼마나 더 오래 간단 말인지...

 

 

 

 

 

아무튼 그렇게 성남을 벗어서 30분이나 달렸을까?

추워도 너무 추웠던 날씨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하남시의 어느 한 편의점에 들려 쌍화탕을 들이켰다.

같이 했던 동생 녀석도 비 맞은 개 마냥 개처럼

떨고 있어서 다른 거 못 마시게 하고 사약(쌍화탕)

집행. 일단은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공랭을 이용하는 MSX125도...

수랭을 이용하는 PCX125도...

추운 날씨에 엔진이 과냉되어서 그런지

평소 같은 출력이 잘 나와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양평 만남의 광장.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기분으로 찬 바람을 가르며

달려오니, 왜 이렇게 코스가 길고 지루한지...

재미 보단 고통이 더 따랐던 라이딩이었다.

근데 가만 보면 또 이렇게 몸으로 때운 라이딩은

짧아도 꾀 커다란 추억으로 다가온다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그땐 XXXX 그랬지"

"다신 가지 말자~~"

 

 

 

 

 

 

잽싸게 편의점으로 튀어 들어가 헬멧을 벗어 놓는다.

보통 차가운데 있다가 들어오면 헬멧 실드에 김이

서리게 되지만, 이날은 헬멧이 워낙 차가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무슨 이유 때문인지

헬멧은 뽀송한 전면을 유지하고 있었다.

 

 

 

 

 

양만장표 아메리카노. 떨어진 체온에 커피를 마시기

보단 커피로 목욕이 더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손에 쥔 커피는 또 왜 이렇게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건지... 정말 이때는 용암 라떼라도 마실 수 있을

건만 같았다.

 

 

 

 

 

빙점을 한참 내려간 영하권의 날씨에

양만장은 개미 새끼 하나 찾아 볼 수 없었고...

 

 

 

 

 

 

그저 이 미친 밤 바리를 즐기는 동호회 회원님들의

애마들만이 널찍한 이곳을 우두커니 지키고 있을

뿐이다. 평소와 달리 만약 이곳을 찾는 다른 라이더가

있었다면, 왠지 말이라도 걸어 커피라도 사주고

싶을 정도로 그렇게 이곳은 적막감 마저 돌았다.

 

 

 

 

 

양만장에서 최대한의 온기를 담아 그 열기로

집으로 복귀하며 들렸던 감자탕집.

배가 고프기보단, 그저 따뜻한 무언가로

차가워진 속을 짖어 보고 싶었던 게

더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예쁘게 열을 맞춰 애마들의 사진을 담아보고

싶었지만, 너무 추운 나머지 그저 몸이 시키는

편한 대로 내 팽겨 처두게 되었다.

 

 

 

 

 

애마 PCX125의 늠름한 옆 태.

 

 

 

 

 

등화장치가 없어 야간 주행이 조금

무서운 부분은 있었지만, 얼마 전, 장착한

머플러 덕을 보는 건지 아크라스러운 배기음에

차들이 쉽게 치고 들어오진 못 했다.

이렇게 소박한 125만의 생존 방식을 알아간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버너를 켜고

꽁꽁 얼었던 손을 녹인다. 젓가락질이라도

해서 밥이라도 먹으려니 때아닌 손 예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랜만에 접하는 묵은지 감자탕.

맛집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평타는

치는 감자탕집이었다. 따뜻한 국물에

밥 한 숟갈 적셔 입에 넣으니 이제야

살아 있다라는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결국 추위에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니 이미 자정이 한참 지난 새벽.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포유류 중 가장 미련한 동물이 사람이라더니

한숨 자고 일어난 생기 발랄한 몸뚱이는

오늘 또 누구를 꼬셔 어디를 가볼까 하는

아둔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빙판만 없다면 어딘들 못 가리...

 

PCX125를 타며 조금씩 미쳐가는 일곱 발가락의

소박한 일상 투어기는 또 다른 콘텐츠를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