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PC 폴더를 열어보니
해묵은 사진들이 보였다.
아마 작년 이 맘쯤 찍었던 사진들이었는데
후기를 올린다는 게 지금 것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 같다. 한 장 한 장 지난
사진들을 넘겨보니 새록새록 올라오는
지난 추억에 주말도 반납하고
오늘도 몇 자 끄적거리기 시작한다.
작년 6월 초쯤이었을까?
양평 휴게소에서 회원님들과 조우하여
강원도 동해로 모토캠핑을 떠 날 채비를 하였다.
컨디션도 최상이었고 날씨도 너무 쾌청하니
라이딩을 하기엔 너무 괜찮은 조건이었다.
일곱발가락의 애마 맥심600
이 땐 기변 한지 한 달 정도 되었을까?
지금처럼 풀 튜닝을 하기 전 모습이
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태연형도 지금은 브이스트롬650을 타고 있지만
이땐 미라쥬650과 할리를 거쳤었다.
이날은 이타세(이륜차 타고 세계 여행)
동호회에서도 정기 박투어가 있었던 날인 걸로
기억한다. 본인도 가입은 되어 있지만 식구들
챙기다 보니 정작 참석은 한 번도 못했다.ㅠㅠ
모토캠핑 회원님들을 기다리며
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을 들었다.
태연형이 사주신 아침 밥상은
정말 꿀맛이었다.
형님 감사합니다.^^
이곳은 유명산과 더불어 라이더들의
반 성지라 불리는 태기산 정상이다.
횡성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양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연 중 풍량이 많은 곳으로
풍력 발전기가 쉴 새 없이 돌며
항상 우리를 맞이해 주는 곳...
이색적인 구조물 자체만으로
도심에서 해방된 느낌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모토캠핑 선발팀과 함께 태기산
정상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가졌다.
바람이 불어온다. 도심의 바람은
남의 숨결과도 같이 미지근하니
텁텁하고 찝찝하기만 했다.
하지만 산과 계곡을 품고 올라온
이곳의 산들바람은 무척 달달하면서도
쾌적하니 시원하였다.
"곧 죽어도 좋아!!"
음이온 가득한 바람을 가르며 아직
한참 남은 목적지까지 라이딩을
즐길 걸 생각하니 무척이나 흥분됐다.
이날 모토캠핑 선발팀으로 나와 함께한
김태연 회원님.
그리고 처음같이 하셨던
전창종 회원님.
그렇게 기분 좋은 산바람을 가르며
도착한 강릉의 어느 한적한 해수욕장.
이곳은 등명해변이다.
강릉 밑단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동해로
솔밭의 풍성한 그늘과 운치 있는
기찻길이 멋을 더하는 곳이다.
아마 낭만이 가득했던 이곳도
성수기가 되면 많은 이들이 찾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인 만큼 적어도 사람에 치이며
난민촌을 형성하는 캠핑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잘 닦여 있었던 솔밭길...
꽁초 하나 없이 예쁘게 여물어
솔잎을 흩뿌리고 있었던 사이트.
그 진한 솔향을 등지고
나만의 아늑한 아지트를 완성해본다.
깊은 바다만큼이나 짙고 시원했던
소나무 숲, 그리고 이를 더욱 빛내 주었던
옅은 채색의 푸르렀던 동해.
머릿속으로 그렸던 나만의 동화는
백사장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어느덧 현실이 되어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끝을 알 수 없었던 철길은
반대로 이곳도 인적이 드문
좋은 명소임을 말해주고 있었고
그래도 오고 가는 발길에 체 녹슬지
못 했던 철길은 쇠 냄새 가득 풍기며
이곳의 오랜 터줏대감임을 자처했다.
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던
SYM 맥심600.
지금도 탈 없이 아주 잘 달려주는
듬직한 녀석이었다.
모처럼 찾았던 바닷가...
넘실넘실 밀려오는
새하얀 파도들....
저 멀리 보이는 정동진의 큼직한
호화 유람선 호텔조차 지금은 단지,
이 아름다운 곳의 한 쪽 구석에
처박아 놓은 낡은 종이배에 불과했다.
모처럼 회원님들과 찾은 바닷가 힐링.
그리고 모토캠핑 회원님이 후원해 주신
쌉사름했던 화이트 와인.
좋은 술도 좋은 잔에 마셔야
맛이고 주도라 했거늘... 이날만큼은
잔이 아닌 빼어난 주변 풍경과 좋은 인연을
잔 삼아 마음을 적시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얼굴을
보여준 김영민 회원님.
간만의 참석에 빈손으로 오기 그랬는지
속초의 명물 만석 닭강정을 후원해 주셨다.
딱히 맛 집이라기보단
향이 강한 뼈 없는 양념치킨이랄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
싱겁고 부족한 입맛은
콧등을 타고 내려오는 짭짜름한
바다 내음이 대신 채워줄 것이다.
둔탁한 쇳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이 근방을 운행하는 여객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껏 모토캠핑을
하면서 이렇게 운치 있던 적이 있었던가?
느지막이 도착한 모토캠핑 회원님들.
따듯한 화롯불로 주변의 온기와
분위기를 충만시키고 이내
저녁 준비에 이르렀다.
모처럼 함께한 회원님들도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
모처럼 좋은 인연에
취하지도 않는 술잔을 연신 비워냈다.
숯이 타들어가며 음식을 익혀낸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
야영장에서 먹는 음식들은
세 번 먹는다는 말이 있다.
하나는 보기 위함이요.
하나는 그 냄새요.
또 하나는 직접 입에 가져다 되었을 때...
이러한 삼박자가 맞아떨어졌을 땐
소박한 라면 하나라도 천하의
진미라 부럽지 않게 된다.
평소 식당에선 거들떠보지 않는 찬거리들도
이곳 등명 파라다이스에선 마늘 한 조각
쌈장 한 점이 그렇게 완벽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특히 아담한 캠핑 식기에 담아낸
음식들은 풍미를 한 것 더하고 있었다.
얼큰하고 개운했던 된장찌개는
기름진 입안을 말끔하게 헹궈 주었고
모토캠핑 최형길 회원님이 대접해 주신
김치볶음밥은...
밥심으로 살아왔던 회원님들의
허했던 속을 달래주기에 충분했었다.
늘 함께 했던 정한이형도...
요한 형님도 이날만큼은
풍성한 식탁에 젓가락을 놓지 않으셨다.
간식으로 준비된 쥐포와
통조림 콩은 맛 보단 분위기였고
고기를 굽고 남은 화롯불에
구워낸 소시지는 술을 드는 이에겐
소중한 술안주였고, 술을 하지 않는
이에겐 중간중간 끊기는 말벗을 대신한다.
조촐히 둘러앉아 분위기와
이야기가 무르익어갈 때쯤....
다시 한 번 맛난 음식을 주제로
주변을 환기시키고
주변의 솔방울은 화롯불에
던져 넣음으로써 또다시
모토캠핑 분위기의 정점을 향해 달린다.
적당히 오른 취기와
홍등가보다 더욱 유혹적인
캠프파이어의 빨간 불꽃은
마약보다 더 짙은 중독성과
심리학자보다 더 깊은 최면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그저 바라만 봐도 푸근하고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의 잡념을
모두 내려놓고 하염없이
불멍에 빠져든다.
이번 모임에 무척이나 흡족한
표정을 보여주신 모토캠핑 회원님들.
좋은 장소를 섭외해 주신 태연형 감사합니다.
자정을 넘어가는 시간...
아쉽지만 장거리 라이딩 복귀를
위해선 일찌감치 잠에 들어야 한다.
항상 모토캠핑을 하며 일박이 아쉬운 이유....
캠핑에서 아침 밥상은 거의 언제나
라면이 함께한다. 간편한 조리와
전날, 술로 인한 속을 풀기엔 이만한
음식도 없기 때문이다. 남은 짬을
넣고 끓여 냈는데 국물이 멸종됐다.
아마 태연형의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간단한 식사 후
복귀길에 올랐다.
모토캠핑은 차박과 달리 설치와
철수가 빠르다는 이점이 있다.
이날은 아쉬운 박투어에 따른 라이딩의
재미를 더하고자 일부러 대관령을 거처
복귀하기로 하였다.
굽이굽이 달려 도착한
대관령 정상. 오랜만에 찾았던 곳이라
위치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인들 어떠랴...
바이크와 좋은 인연들...
발 닿는 곳이 무릉도원이라 생각하면
그곳이 무릉도원이고 지상낙원이다.
잔뜩 흐려진 날씨.
태백산맥은 지형 특성상
공기가 산맥에 부딪혀 압축이
되는 곳이라 항시 장마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지대가 높고
험한 한계령은, 대관령이 지금 이 정도면
아마 그곳은 비가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토캠핑 회원님들...
박투어만이 가질 수 있는
끈적한 여유이다.
마지막 복귀 코스로 택했던
평창 방림면. 출발할 땐 태기산으로
왔으니 복귀할 땐 지루하지 않게
전혀 다른 코스로 키를 잡아 돌렸다.
이쪽 부근엔 뇌운계곡이 있는데
그 지류를 타다 보면 좋은 모토캠핑
포인트들이 많으니 가고자 하는 이들은
참고하면 되겠다.
점심은 복귀길에 있던 매밀국수집에서
시원하게 속을 채워주었다.
여름을 시작하는 달이었던 만큼
정오가 되니 제법 더위가 찾아들었다.
달달하고 시원한 국수 한 사발을 먹고 나니
본 전 생각에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
다시 부근에서 일박을 더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하지만 소풍은 가는 것 보단
기다리는 재미라 하지 않았던가....
다음 소풍을 위해 미련 없이 마음을 접고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요한형 국수 잘 먹었습니다.^^
이제 곧, 휴가철...
아직 휴가 날짜도 잡진 않았지만
어찌되었 건, 떠난다는 생각에
업무 내내 설레는 마음은 떨칠 수가 없다.
오랜만에 가져 볼 장박 캠핑에
무엇을 준비하고 또 목적지는 어디로
잡아야 할지... 한편으론 고생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어떠랴... 내 발길 닿는 곳이
낙원이면 낙원인 것을...
집보단 낫겠지...
출처 : 다음넷 모토캠핑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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